지금까지 사업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뭐였는지 묻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답하기 쉽지 않다. 꽤 길게 고민하다가 뻔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만족스럽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한 직원에게 사직을 권유하는 일이 있었다. 이제 위 질문을 받으면 아마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이번 일을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론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고, 긴 시간 힘들게 고민했다.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했다.
조용한 회의실에서 권고사직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그 직원의 표정이 폭탄 터지듯 나에게 다가왔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자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충격에 휩쌓였고 그 이후로도 깊은 잔상이 남았다.
피치 못할 사정때문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했으며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항변은 나의 그러한 결정이 한 개인의 삶을 갑자기 크게 흔들어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순간 비인간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을 밀고나아가야 했다. 슬프지만 그것이 서로를 위해 옳은 일이라는 협상에 도달했다. 일은 잘 마무리 됐다. 그런데 이렇게 각잡고 주절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내 선택에 따르는 나의 고통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은 아직까지 버거운가보다.
살면서 다양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겪는다. 이것은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더 큰 것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커져가는 나의 목표만큼 자연스럽게 내가 감수해야할 고난들이 다양한 형태로, 더 자주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아무리 봐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떳떳하게 부딪힐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에 확실한 기준을 만들고, 혹시나 틀린 결론에 도달 할 것을 대비하여 다양한 예방책들을 만들어 둘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결과가 도출되겠지만, 그러면 또 마음껏 힘들어하고 다시 일어나 지금과 같은 다짐을 할 것이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선택보다 몇 배는 더 정교한 과정으로 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여러 타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삶을 살 것이고, 그 책임만큼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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