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재밌게 읽은 책이나 감동받은 영화를 보면 리뷰를 꼭 남기고 싶다가도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하여 마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라, 중간에 많이 누락됐다. 공교롭게도 연달아 책리뷰를 쓰게 되었는데, 두 책이 모두 뮤지션의 책이다.

나에게 독서는 글쓴이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 보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책 제목, 표지나 담고 있는 내용보다 작가를 먼저 확인하고 책을 구매한다.


이석원 작가나 장기하 작가의 책이 재밌던 것은 그들이 내가 동경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들의 삶이 부럽고 궁금하다. 책에서 읽은 장기하님의 1년 남짓 인생과 생각의 변화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인 것 같으면서도 흥미로웠다.


뮤지션으로서 겪을 수 있는 공연에 대한 묘사나 내가 이미 알고있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 ASMR 수준의 섬세한 라면 먹작(먹는 작문…) 부터 죽음에 대한 고민까지, 책 제목과 같이 일관적으로 관대하고 여유로운 그의 태도가 매력적이었다.


만약 그와 소주한잔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술자리는 책의 전개처럼 흘러갔을 것 같다.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_ 빈 술병이 늘어나고 분위기가 좀 축축해지면_ 서로 긴 시간 고민했던 철학적 질문들을 던져보고, 끄덕거리다가_ 에이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근데 오늘 밤 달이 되게 밝지 않냐? 뭐 이런식의 전개.


매 순간 마주하는 물리적인 ‘것’들, 형태가 없는 감정들, 이유없는 걱정들, 꿈. 모든 것들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 너무 힘쓰지말자~ 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때, 어차피 우리는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데. 하면서 어제밤에도 PALE BLUE DOT 이미지를 검색했다.


보이저호가 촬영한 아주 작은 점. 가장 멀리서 본 지구다. 우리는 저 점 속에서 아파트를 짓고 살아간다. 저기서 보면 기하님 말대로 나의 삶과 죽음이라는 해프닝은 파도가 한번 철썩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어느날 문제가 발생하는데, 평소에 신경쓰지도 않던 사소한 것이 내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다. 아주 사소한 걱정때문에 잠이 안와 새벽 3시까지 뒤척이게되면 인생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무게감있는 절망이 찾아온다.


아무 것도 아니다가 전부가 되어버리는 반복.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이것도 상관없는 건가. 더 고민을 해 봐야 겠다.

조회수 3회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