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만 지겹게 물어대는 인문학에만 관심을 갖다가, 얕게 나마 과학 주변을 기웃거리면 ‘나는 무엇인가’로 질문이 깊고 넓어진다. 선조들에 의해 기록된 역사가 아닌 140억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빅히스토리’에서 내 뿌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나라는 인간도 결국 물질이고 자연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유전자, 원자, 엔트로피 같이 듣기만해도 어질한 단어들을 늘어놓지만 과학도 인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모든 질문들은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 곳은 나 자신이다.
누군가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나로 인식하고, 어떤 이는 MBTI의 16가지의 유형 중 하나로 나를 정의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결국 빠른 해답을 원하는, 조급함에서 오는 게으른 편법이다.
삶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속에서 상실, 만족, 기쁨, 고통 같은 감정을 느끼고 사랑과 같은 축복도 얻어가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과학자들은 소설가들 만큼이나 내 삶을 재미있고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었다. 학창시절 과학, 수학을 멀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탐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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