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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채사장




채사장의 모든 비문학 책을 읽었다. 그는 깊게 사유하고 쉽게 설명하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인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철학,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를 오가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지만, 여섯 권의 책을 읽고 나니 그를 잘 아는 것만 같다. ‘지대넓얕’ 시리즈와 ‘시민의 교양’을 읽을 때는 한 교실에서 그의 강의를, ‘열한 계단’을 읽을 때는 넓은 공연장에서 그의 삶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읽을 때에는 축축한 노포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위 책들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모든 인문학이 그렇듯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나는 과연 무엇인가? 지겨운 질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매우 집요하다. 한 주제와 감정에 대해 갈 수 있는 곳까지 파고든다. 그리고는 그 여정에 대해 담담하게 늘어놓는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더니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범아일여梵我一如, 세상과 나는 하나다.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우주는 ‘사물’과 ‘존재’가 아닌 ‘사건’과 ‘관계’로만 설명할 수 있다. ‘있다’, 혹은 ‘없다’로 따지자면 모든 것이 ‘없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제 알게 된 이 사실을 초기 불교 신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無我의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없고, 아트만과 브라흐만은 하나이니, 결국 세상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채사장도 그것을 알게 된 것일까? 도대체 이렇게 오래된 진리는 왜 교실 속 윤리 교과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일까?


아직 나는 그가 깨달은 진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많은 궁금증을 해결했고, 삶의 방향성을 조금 더 뚜렷이 설정할 수 있었다. 책 여섯 권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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