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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파트에 산다는 것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지 이제 15년이 되었다. 아직도 나는 보광동 달동네에 있는 반지하 원룸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바퀴벌레가 되게 많이 나왔고, 발바닥이 장판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질 때 찝찝했었다. 그때는 왜 실내화를 신고다닐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무살 부터 고시원, 반지하, 오피스텔, 옥탑방.. 많이도 돌아다녔다. 나와같은 지방 출신의 청년들에게 원룸에 살면서 겪는 불편함은 어느 순간 일상이 된다. 그렇지만 1년, 혹은 2년 마다 이사를 해야한다는 것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솔직히 슬픈일이다.


2년전 마포오피스텔을 계약하면서, 이번 계약이 끝나면 꼭 내집을 갖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더 이상 좁은 거실에서 빨래 건조대를 피해다니며 불편함을 겪는다거나 친구들 초대해도 앉을 곳이 없어서 당황해야 하는 일들을 겪기 싫었다.


안타깝게도 내 집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러나 저러나 2년을 다시 남의집에서 살게 됐는데, 베란다가 있는 대단지의 아파트라 원룸을 전전하며 살던 것과 비교할 때 삶의 질이 확실이 높아졌다.


‘내 공간’이 중요한 나에게 이번 이사는 유난히도 길었고, 또 재밌었다.

오래된 아파트라는 느낌이 확 풍기는 베란다 바닥 타일이 좋다.


작은 크기의 오래된 아파트지만, 반지하 원룸에서 여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이 작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6억원이 넘는다던데, 도대체 돈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서울에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게 됐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누군가는 아직도 원룸에 살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태어났을 때부터 서울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가보다. 누구의 꿈 같은 것이 다른 누군가의 당연한 것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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