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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해


타인과 한 공간에 있을 때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상황을 맞닥뜨린다. (1) 말을 해야 하는 경우 (2)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3)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 예외는 거의 없다.


나는 첫번째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2번)에 가끔씩 말을 해야 하는 것(1번) 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괴로운 것은 침묵을 견디는 것이다. 서로 말을 않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조용한 상황이 어색한 것이다. 결국 뭐라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서 한마디 내뱉게 된다.


실언일 확률이 크다. 급조한 단어와 문장들이 진심도 아닐 뿐더러 상대방이 관심있어 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 이후에는 침묵의 고통을 벗어난 대가를 치룬다. 아무말이나 내 뱉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을 해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최대한 아끼는 것은 경청과도 큰 관련이 있다.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잘 듣고, 잠깐 고민한 후 내가 들려줘야 하는 대답을 전달하면 된다.


한편 협상과 설득의 상황에서 실익이 꽤 클 것이다. 상대방은 침묵을 깨기 위해 결국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야할 말을 한 후 조용히 기다리면 이긴다.


역설적이게도 말을 잘하는 방법은 침묵을 잘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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