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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필요

어느 늦은 밤에는 짙은 감정들이 묵직하게 뇌를 자극하여 괜히 끄적이고 싶어진다. 그 때 하얀 화면 앞에 앉으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 일상에서 많이 다루지 않는 철학적이고 오글거리는 단어들이 이때다 싶어 튀어나오고, 부끄럽지만 이 것들을 문장들로 결국 적어내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쓰다 지운 것도 있고, 남은 것도 있다. 지운 밤은 그저 그런 밤이었고, 남은 밤은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 같다.


살아있는 기억들은 꼭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쫑알쫑알 떠들면 낮에는 관심도 없다가 밤에는 괜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지난 것들과 대화한다. 그리고 오늘 이 밤은 나중의 나에게 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오늘 이야기의 내용은 무슨 취해있는 예술가 코스프레로 보이지 않게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대충 그 주제는 감성과 그 기록의 소중함인 것 같다.


온통 실용적인 세상에서 실체적 진실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면 공상과 감정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 방구석에서라도 이렇게 감성에 젖는 날들을 잃으면 나는 결국 논리로 실익이나 따져대는 깍쟁이로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밤들은 소중하다. 으 오글거린다는 말을 견디고 몇 자라도 적어내야 한다. 그 기록들은 끝내 차가운 세상 속에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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