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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 나의 해방 일지



미정이는 16시간 내내 구씨에게 술 좀 줄이라는 그 흔한 잔소리 한 번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적극적인 내버려둠. 그래서 작가는 추앙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어까지 가지고오지 않았나 싶다.


삶은 당연히 힘든 것이고, 누구나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내 것이 좀 가벼워지면 옆 사람에게 힘을 보태줄 수도 있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잠시 내려놓고 쉬어갈 수도 있는 것. 갑자기 가벼워진 무게에 날아 갈 것 같기도, 버거움에 땅 속으로 꺼질 것 같기도한 감정들이 뒤섞여 무작위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삶이다.


걱정이 돼서, 친구니까, 가족이니까, 너를 위해서라는 어설픈 핑계를 동반한 간섭은 결국 참지 못하고 선을 넘어버리는 촌스러운 욕망이다. 정말 힘들어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한 시간씩 열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만족하자.


또 나 자신을 위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멀찌감치 바라보며 크기도 재 보고 무게도 달아보자.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정의하는 것, 그리고 그 것들로 부터 해방되려고 하는 것. 동시에 타인이 지고가는 짐의 무게를 함부로 넘겨짚지 않는 것.


30대가 되어서 내가 다수의 사람들과 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사실을 떠올리면 자주 위축된다. 나의 해방 일지는 “남들과 달라도 된다”, “그대로 괜찮다”는 큰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나도 언젠가는 내 철학을 이야기나, 선율 혹은 색채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예술가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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