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동네에 몸담으며 평생없던 자격지심이 생겼다. IT기술로 문제를 풀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놈이 코딩 한 줄 못한다니! 머리 속에는 아이디어들이 넘처나는데 랜딩페이지 하나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생각할 수록 슬프고 답답했다.
팀에 훌륭한 CTO가 합류했지만 비극은 별로 해소되지 않았다. 실리콘벨리 발 기사들과 국내 스타트업 미디어들에서 연일 쏟아지는 무슨무슨-테크 컴퍼니들의 투자유치 소식은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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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from Silicon Valley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도 테크컴퍼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ir deck 팀 소개란에는 프로덕트 중심의 팀이라며 블러핑을 해댔고, 안어울리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무슨말인지도 모르고 떠드는 사람만큼 치졸한 것이 없다.
다행히도 최근에 기술과 프로덕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 아애 이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할 만큼 1순위인 것은 고객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것은 MBA다니면서 2년 동안 반복적으로 들은 이야기지만 역시 그때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휘둘리는 이유는 진짜 중요한 것을 몸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단순한 사업의 이치를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다.
여전히 tech-person에 대한 동경은 있다. 프로덕트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오직 그 것들이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에만 의미있다. 이렇게 진부하고 스타트업 입문서에 나올 것 같은 클라스 없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게될 줄 몰랐다. 고객고객고객. 백종원 선생님과 베조스 형님이 그렇게 강조했던 그 고객.
이제는 기름기를 쭉 빼고 담백하게 하나에 집중해서 달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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