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기보다는 도망이었다. 인생을 살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때에 나는 일상 도피를 택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더운 곳이면 좋겠다 싶었다. 즉흥적으로 비행기 표를 사서 세부로 떠났다. 어디에서 묵을까 고민하다가 사람이 없는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시간 택시를타고 또 배를 한시간 타니 작은 섬에 도착했다. 반타얀 섬.
나는 이곳에서 조용히 맥주를 마셨고 책을 읽었다. 유시민 선생님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계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어차피 결국 죽으니 살아가는 것은 죽어가는 것과 같다? 뭐 이런건가. 그렇게 삶과 죽음은 계속 우리 인생에 공존하나보다. 행복과 고통, 기대와 실망, 사랑과 원망, 정직과 위선, 이상과 현실, 만남과 이별도 마찬가지구나. 뭐 이런 여행에서나 할법한 생각들을 끄적였다.
엄청난 햇볕에 온몸에 화상을 입고 한국에 돌아와 며칠을 고생했다. 그래도 래쉬가드는 절대 입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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