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모이는 사람들은 본인과 팀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매출이 늘고 회사가 유명해지면 구성원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얻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가 원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일 테니까... 사내 문화, 직원 복지… 뭐 다 필요 없고 ‘성장’,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만 꾸벅하고 별 말을 안 했다. 개인적이거나 필요하지 않은 말들은 아꼈다. 회의 시간에 일 이야기만 했다. 정 없고 차가운 리더가 되려고 노력 했다. 그게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남 눈치도 많이 보고, 감정도 단단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마음 놓고 싫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주에 급히 소아과를 가야 한다며 연차를 쓰셨는데, 아이는 좀 괜찮아졌는지 묻고 싶고, 최근 업무를 좀 많이 드렸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괜히 말 걸기가 좀 그랬다. 성과 데이터만 가져다주길 바랐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생각하면 지금도 슬프고 창피하다. 나 같은 사람이 회의실에서 서류를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치는 스티브 잡스 같은 CEO를 꿈꿨다니, 중학생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과 같이 어설프고 미숙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너무 더워지기 전, 6월 말에 1박 2일 워크샵을 기획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부터 팀원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편지를 썼다.
별 볼일 없는 나를 믿고 팀에 합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나의 나약한 마음도 전달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진짜 속 마음들을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어떻게 읽으셨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다가갔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우리 팀원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할 것이다.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다.
낯선 방식과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 신념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꿈도 성공도 어차피 삶의 하위 카테고리다.
앞으로는 가장 나 답게, 내가 옳다고 믿는 태도로 살아갈 것이고, 일할 것이고, 타인을 대할 것이라고, 그 과정 속에서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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