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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기

 법인 대표이사로 벌써 5년을 살았다. 그동안 나의 개인적 재정상태보다는 항상 회사의 재무와 현금흐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인 연봉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냥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월급만 있어도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개인 재산을 쌓아가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하지도 않았고 욕심도 없었다. 그냥 회사만 잘 운영하면 됐다.


평생 넉넉하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며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건강했고, 무엇을 하든 꾸준히했다. 대부분 이루었다. 이게 부자가 아니면 뭐지? 부라는 것은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 여러 관계의 실패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핑계, 내가 생각하는 부의 개념, 삶의 방식을 구구절절 말해봤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루하게 들릴 것이라는 것. 심지어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조차 애초에 주어지지 않는 슬픈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연애 TV쇼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연봉이나 몇 억 짜리 아파트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이 속물이거나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삶의 철학과 태도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는 대신 숫자라는 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도구로 설명한 것이다. 그걸 이제 알았니? 할 수도 있다. 사실 알고 있었지만 평생 인정하기 싫었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그런 세상에 맞서온 나의 소소한 반항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2024년에는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전히 개인뱅킹보다는 기업뱅킹에 더 많이 로그인 할 것이고, 부정을 행하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겠지만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부에 대한 개념은 접어두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절대적 숫자를 쌓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삶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나의 이상보다는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며 살 게 될 것이다. 올 해는 내 소신을 세상에 조금씩 양보해 가는 원년이 될 것 같다. 결국에는 모두 다 내어주고 나도 보통의 존재로 수렴되겠지. 어쩌면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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