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인생이 꽤 재밌다고 느끼는데, 의심병에 걸렸기 때문인 것 같다.
증상은 이렇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는 버릇. '뭘 왜야~'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자꾸 왜? 왜? 거리니 주변 사람들도 짜증이 날 것이다.
대체 대학은 왜가는 건지, 결혼은 왜 해야 하며, 아이는 왜 낳아야 하는지. 왜 사는지, 베터리처럼 충전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매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지, 굳이 8살에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는 뭔지, 왜 빚 내어 집을 사야 하는지. 돈은 왜 벌어야 하며 많아야 하는지. 사회 현상과 환경,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매일 같이 쏟아진다.
이런 수많은 왜, 그러니까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으레 따라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된 나의 병은 어느 순간 세계 자체에 대한 의심,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실제에 대한 의심으로 퍼져갔다.
엉뚱하지만 가끔 내가 보는 하늘 색이 당신에게도 같은 색일지 궁금하다. 내가 눈을 돌리면 전에 보고 있던 세상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나의 시각, 촉각, 청각 등 제한된 감각들로 재구성된 당신이, 하늘이, 이 세상의 것들이 실제로도 그런지 의심한다.
이런 관념론적 사고에 빠져 깊은 내면에 침잠되었다가도 금세 두 발을 땅에 딛고 중력에 몸을 내어 줘야하는 것이 참 희극이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된다. 나의 의심은 그 대상들을 부정하고 거부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깊이 이해하기 위함이다.
병에 걸렸다는 것은 어떤 부정적인 것에 사로 잡혔다기 보다 더 나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진입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그렇게 인류를 강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왜 이 재미도, 정보도, 의미도 없는 글을 쓰고 있을까 답을 찾고 있으니 아주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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