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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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험의 배경
싸이월드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유행하는 플랫폼이 변했고, 나는 그 모든 서비스의 충성고객이었다. 여행에 다녀오거나 남들에게 자랑 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정리해서 올리곤 했다.
2010년대에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졌다. social media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내는 유행어들이 생기고, 남들 눈치보지 말라고 설교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이 말했다. 당신의 인생을 사세요!
생각해보니 나도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 앱을 켤 때, 소통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 스스로와 비교하게됐고, 그 일을 반복하게 되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그래서 나는 업무 때문에 부득이하게 해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인스타그램을 하지말고 살아보기로 했다.
2. 마치 채식체험
인스타그램을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조금 더 건설적인 생활 습관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3주라는 시간이 그런 실험을 하기에 너무 짧을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정도면 그만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육식을 줄이면 축산으로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이 그만큼 줄어들어 지구온난화 방지(혹은 지연)에 도움이 되며 동물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채식주의자들의 외침은 꽤 힘이 있다. 그럴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이컨이 맛 없어 지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니, 만약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업무 효율이 훨씬 더 높다면 기업들이 애초에 채용 조건에 no-social media user를 내걸었을 것이다. 실제로 직접 겪어보니 별차이도 없었다. 나의 경우엔 오히려 포털에 있는 불필요한 뉴스를 읽는 시간들이 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밀렸던 독서를 조금 더 하긴 했는데, 그냥 그 뿐이었다.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어서 문제라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시간 관리 능력은 종합적인 자기 관리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3.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고 싶은 본성
인간은 집단 행동을 통해 사자도 이겼고 곰도 이겼다. 우리가 먹이사슬 맨 위에 위치할 수 있게 한 기질이 사회성이다. 자연 선택된 본능이다. 우리는 언제든 연결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우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조금 더 동물적인 본능이다. 사자후나 몸집을 불리는 개구리처럼 ‘내가 너보다 잘 났다’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원초적인 본능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는 멋진사람들만 있다.
4. 생각해보면 나쁠 것이 없다.
social media 속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 내 일상을 나누는 것. 남들과 비교하는 것, 내 자랑을 하는 것, 일기에 적어놓아도 될만한 개인적인 문장들을 피드에 쏟아내는 것. 모두 자연스러운 살아감의 모습이고 이 시대의 소통방식이다.
과한 육식은 많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채식을 하라는 것은 바보같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마치 채식은 신성한 것이라 육식이 야만적인 것처럼 표현된다거나, 자랑하는 마음을 절제하는 것이 성숙한 것이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자주 업로드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받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미숙한 사람처럼 표현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스타그램에 셀피를 올리는 일이 가진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일보다 덜 고귀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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